미야자키 하야오, 거장의 정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거장이 80 평생을 통해 길어 올린 삶의 정수를 담은 '거대한 유언장'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친절한 상업 영화의 문법을 거부하지만, 그 불친절함 속에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삶의 진실이 서늘하게 담겨 있습니다.

How Do You Live?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통찰을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1. 흉터와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영화의 주인공 마히토는 화재로 어머니를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년입니다. 그는 스스로 머리에 상처를 내며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려 하죠. 많은 이들이 삶의 비극 앞에서 도망치거나, 그 아픔을 부정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마히토의 입을 빌려 말합니다. "이 상처는 내가 스스로 만든 나의 악의의 증표다."라고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는 증오도, 이기심도, 질투도 존재합니다. 감독은 삶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진 추악함과 상처를 똑바로 응시할 때, 비로소 '진짜 삶'이 시작된다고 역설합니다.

2. '탑의 세계'인가, '현실의 지옥'인가

작중 등장하는 '탑' 안의 이세계는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동시에 위태롭고 위선적입니다. 큰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깨끗한 돌로 '악의 없는 세상'을 만들라고 제안합니다. 고통도 전쟁도 없는 이상향을 설계하라는 유혹이죠.

여기서 영화의 가장 강렬한 통찰이 드러납니다. 마히토는 그 달콤한 제안을 거절합니다. 친구가 있고, 비록 불길에 휩싸일지언정 사랑하는 이들이 숨 쉬는 '피와 비린내 나는 현실'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합니다.

  • 이상향(Utopia): 무너질 수밖에 없는 허구의 공든 탑

  • 현실(Reality):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직접 부딪히며 살아낼 가치가 있는 곳

미야자키 하야오는 평생을 애니메이션이라는 '환상'을 만드는 데 바쳤지만, 역설적으로 그 환상에 매몰되지 말고 현실의 흙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고 우리를 등 떠밉니다.

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무게

영화의 제목은 요시노 겐자로의 동명 저서에서 빌려왔지만,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감독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세상은 여전히 전쟁 중이고, 증오는 가득하며, 소중한 사람들은 곁을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이 추악하고도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오겠느냐?"

이 영화가 유독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논리가 아닌 **'삶의 감각'**에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삶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진리를 보여주는 것이죠. 마히토가 이세계의 기억을 잊어버리면서도 주머니 속에 작은 돌 하나를 남겨두듯, 우리 역시 영화가 끝난 뒤 가슴 속에 묵직한 질문 하나를 품고 극장을 나서게 됩니다.


결론: 거장이 건네는 마지막 악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가장 뜨거운 위로입니다. "세상은 잔혹하지만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그의 일관된 철학은, 이제 노장의 마지막 외침이 되어 우리의 심장을 두드립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거나, 현실의 벽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영화는 말합니다.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신만의 돌을 쌓아 올리라고. 비록 그 탑이 무너질지라도, 다시 시작하는 그 발걸음 자체가 삶의 답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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