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보다 위대한 <당나귀 발티자르>

Greater than Humans <Baltisar the Donkey>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당나귀 발타자르>(Au Hasard Balthazar, 1966)는 영화 역사상 가장 숭고하면서도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흔히 브레송이라고 하면 '차갑고 절제된 거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영화만큼은 그의 그 어떤 작품보다 뜨겁고 절절한 '인간미'가 역설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영화를 꼭 봐야 할 이유와 그 깊은 매력을 세밀하게 짚어보겠습니다.


1.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의 시선: 당나귀 '발타자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발타자르라는 이름의 당나귀입니다. 영화는 발타자르가 태어나 아이들의 사랑을 받던 유년기부터, 여러 주인을 거치며 학대와 노동에 시달리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를 뒤쫓습니다.

브레송은 왜 하필 당나귀를 주인공으로 세웠을까요?

  • 침묵의 관찰자: 발타자르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커다란 눈망울로 인간들의 잔인함, 탐욕, 사랑, 그리고 방황을 묵묵히 지켜볼 뿐입니다.

  • 투사된 인간성: 발타자르가 겪는 고난은 곧 우리 인간이 삶에서 겪는 피할 수 없는 비극과 닮아 있습니다. 당나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절하게 질문하게 됩니다.

2. 절제된 형식 속에 숨겨진 폭발적인 감정

브레송은 배우를 '연기하는 사람'이 아닌 '모델(Model)'이라 부르며 감정 과잉을 철저히 배제하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 무표정의 미학: 배우들은 감정을 억누른 채 기계적으로 대사를 읊지만,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됩니다. 텅 빈 표정 위로 관객은 자신의 슬픔과 연민을 투영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파동은 인위적인 눈물 연기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 소리의 마법: 화면에 보이지 않는 소리(발소리, 매질 소리, 바람 소리)를 활용해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거장의 정교한 연출은 우리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게 만듭니다.

3. 성스러움과 비루함의 공존

영화는 성경의 모티프를 차용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줍니다.

  • 성자(聖者) 발타자르: 발타자르는 아무런 죄도 없이 인간들의 모든 악행을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마치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진 성자처럼 말이죠.

  • 비극적인 소녀 마리: 발타자르와 함께 자란 소녀 '마리'는 나쁜 남자 제라르에게 빠져 파멸해갑니다. 발타자르와 마리의 평행선 같은 운명은 관객으로 하여금 "왜 선한 존재들이 고통받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슬픔을 자아냅니다.

4. 잊을 수 없는 '엔딩'의 여운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양 떼에 둘러싸인 채 들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발타자르의 모습 위로 흐르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이 장면을 보고 나면, 단순히 동물의 죽음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세계의 소멸과 구원을 목격했다는 경건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 이 영화를 좋아하실 분들께

"만약 당신이 삶의 무게에 지쳐 있거나, 인간관계의 복잡함 속에서 순수한 진심을 찾고 싶다면 이 영화가 답이 될 것입니다. 브레송은 가장 차가운 카메라로 가장 뜨거운 인간의 영혼을 위로합니다."

💡 영화 예고편

💡 시청 채널

이 영화는 왓챠나 구글 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DVD 구매, 혹은 도서관에서 DVD 대여도 고려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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