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와 멜로를 극적으로 화학결합한 매력적인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화려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거대한 비극에서 살아남았지만, 그날의 기억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온기를 통해 서서히 허물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그린 가장 아프고도 따뜻한 기록입니다.

이 드라마가 왜 단순한 멜로를 넘어 우리 인생의 '인생작'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 매력을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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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흉터조차 투명하게 비추는 '지독한 사실주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에 있습니다. 극 중 주인공 강두(이준호)와 문수(원진아)는 대형 쇼핑몰 붕괴 사고의 생존자들입니다. 드라마는 이들이 사고를 극복하고 단숨에 행복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 강두: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다리를 다친 채, 진통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거친 밑바닥 인생을 삽니다.

  • 문수: 동생을 잃은 죄책감을 억누르며, 무너진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지우고 완벽한 일상을 연기하며 삽니다.

드라마는 이들이 겪는 환청, 환각, 그리고 불쑥 찾아오는 공황의 순간들을 미화 없이 보여줍니다. 그 '지독한 사실주의'가 오히려 시청자에게는 "너만 아픈 게 아니야"라는 깊은 위로로 다가옵니다.

2. '그냥'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진심

제목인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그냥'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닙니다.

어떤 대단한 조건이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도 나처럼 아프구나"라는 동질감에서 시작된 감정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억지로 치료해주려 애쓰지 않고,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 비가 오면 같이 맞아주고, 악몽을 꾸면 깨워주는 그 담담한 연대가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울어도 돼. 참는다고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극 중 대사처럼, 드라마는 슬픔을 억지로 이겨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슬픔 속에서도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누군가와 웃을 수 있는 '일상의 회복'이 곧 치유임을 보여줍니다.

3. 이준호와 원진아, '상처 입은 청춘'의 완벽한 형상화

이 드라마는 배우 이준호의 재발견이자, 원진아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알린 작품입니다.

  • 이준호: 위태롭고 거칠지만 속은 한없이 깊은 '강두'를 몸짓 하나, 눈빛 하나로 증명해냅니다. 그의 굽은 등과 절뚝이는 걸음걸이는 그 자체로 서사가 됩니다.

  • 원진아: 꼿꼿하게 버티고 있지만 속으론 문드러진 '문수'의 내면을 단단한 발성과 차분한 연기로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잡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애틋하고도 아슬아슬한 공기는 다른 어떤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4. 조연들이 완성하는 '인간적인 연대기'

이 드라마는 주인공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자식 잃은 슬픔을 술로 달래는 엄마,

  • 붕괴 사고의 가해자 측 가족이라는 굴레를 쓴 건축가,

  • 강두를 아들처럼 아끼는 약방 할머니까지.

사고의 주변부에 머물던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견디고,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사회적 참사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악인이 아닌,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온기가 드라마 전체를 감쌉니다.


맺으며: 당신의 흉터를 안아줄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상처는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살이 돋아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혹은 누군가의 진심 어린 위로가 그리울 때 이 드라마를 꺼내 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 회를 보고 나면, 여러분의 마음 한구석에도 작은 빛 하나가 켜지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는 OTT Tvin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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