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스티게이터(The Instigators)>를 관람하고 나면 머릿속에 이 다섯 글자가 강렬하게 스칩니다. 바로 ‘차카게 살자’.
겉으로는 맷 데이먼과 케이시 애플렉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총을 들고 설치는 범죄 액션물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건 거친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착한(혹은 착해지려는) 아저씨들’의 처절하고도 웃픈 고군분투기거든요.
애플 TV+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에 대한 훅(Hook) 넘치는 리뷰를 전해드립니다.
1. 전직 군인과 전과자의 '본격 노답' 공조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능력치 만렙’ 범죄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로리 (맷 데이먼): 밀린 양육비와 삶의 무게에 짓눌려 '딱 한 번만' 사고를 치기로 결심한 전직 해병대원. 범죄 현장에서조차 메모장을 들고 지시사항을 적는, 그야말로 ‘범죄계의 모범생’입니다.
코비 (케이시 애플렉): 입만 열면 냉소와 비아냥이 쏟아지는 전과자.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정에 휘둘리는 의외의 '츤데레'죠.
완벽한 계획? 그런 건 없습니다. 털러 간 금고는 예상보다 비어있고, 도망치는 와중에도 신호등을 지켜야 할 것 같은 이들의 어설픈 행보가 ‘차카게 살자’는 문구 뒤에 숨겨진 아이러니한 유머를 완성합니다.
2.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인스티게이터>는 전형적인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의 문법을 비틉니다. 보통 이런 장르가 '어떻게 터느냐'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털고 난 뒤 이 멍청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목숨을 겁니다.
특히 주인공들이 자신의 상담의(토니 콜렛)를 인질로 잡고 도주하는 설정은 압권입니다. 총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신과 상담을 받는 범죄자라니요? 이 과정에서 로리가 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가 얼마나 ‘착하게’ 살고 싶어 했는지가 드러나며 관객은 묘하게 이 범죄자 콤비를 응원하게 됩니다.
3. 보스턴식 매운맛 유머와 묵직한 타격감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더그 라이만 감독과 맷 데이먼이 다시 만났지만, 이번엔 '본' 시리즈의 날카로운 액션 대신 능청스러운 코미디와 묵직한 소동극을 택했습니다.
맷 데이먼의 억울한 연기: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듯한 그 특유의 표정이 '착하게 살고 싶지만 세상이 안 도와주는' 캐릭터와 찰떡궁합입니다.
케이시 애플렉의 티키타카: 형인 벤 애플렉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맷 데이먼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대사를 주고받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그냥 상황이 나빴을 뿐이지." 영화가 내내 외치는 이 항변은 마치 문신처럼 새겨진 '차카게 살자'는 다짐과 닮아있습니다.
총평: 인생이 계획대로 안 풀리는 당신을 위한 위로
<인스티게이터>는 거창한 정의를 논하거나 화려한 반전을 꾀하지 않습니다. 대신 '실수투성이인 인간들이 어떻게든 내일을 살아보려 애쓰는 과정'을 범죄물이라는 그릇에 담아냈을 뿐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차카게 살자'는 도덕적인 완성도가 아닙니다. 남을 등쳐먹을 만큼 독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운이 좋지도 않은 우리 보통 사람들이 치열하게 던지는 생존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